배임죄 범위 제한
이재구변호사
1,881
14.12.26

"배임죄 범위 제한하고 기업인 赦免을"

  • 채성진 기자   

    입력 : 2014.10.24 03:00      

  • 김영배 경총 회장 직무대행
    배임죄 적용 범위를 제한하고 기업인에 대한 사면(赦免) 등을 통해 위축된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무대행은 22일 오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03회 경총포럼에서 "경영 판단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배임죄, 사회 전반의 반(反)기업 정서가 창의와 혁신의 기업가 정신을 가로막고 있다"며 "기업의 사기를 고양시킬 특단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직무대행은 "우리 사회가 실패에 대해 관대하지 못하다면 어떤 기업인이 모험에 나서겠느냐"며 "현재의 극심한 투자 위축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무분별한 배임죄 적용을 지양하고 적용 범위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임죄는 주주들에게서 경영권을 위탁받은 기업인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회사의 이득을 따로 챙기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형벌이다. 재계에서는 "사법 당국이 경영상 판단 여부를 따지지 않고 이 혐의를 적용해 왔다"며 "배임죄 앞에서 모든 기업인은 잠재적 피의자"라고 반발해 왔다. 독일과 일본은 배임죄를 규정하고 있지만 경영상 판단의 경우에는 형사 처벌을 배제하고 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24/2014102400017.html

    관련글
    경영판단까지 형법 잣대...법 남용이 기업활동 막아

    최근 김승연 한화 회장이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법정구속 되자 배임죄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법이 경영적 판단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지장을 받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재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배임죄(背任罪)란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를 져버리고 본인이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갖도록 했거나, 그런 의도를 통해 사무를 맡긴 자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배임죄 적용이 폭넓다는 데 있다.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맞지만, 경영상 판단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형법을 적용해 형사처벌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frame width="200" height="200" id="frm_AD_GISA_PHOTO_LINE" src="http://economy.hankooki.com/ad/sk_ad_page_200200_ebay.htm" border="0" frameborder="0" marginwidth="0" marginheight="0" scrolling="no" allowtransparency="true" topmargin="0" leftmargin="0"></iframe>실제 배임죄의 1심 무죄율은 일반 형사사건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액 5억원 이상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배임사건 무죄율은 지난 2008년의 경우 19.4%다. 이는 같은 해 일반 형사사건 무죄율(1.5%)의 13배 가량이나 높은 수치다. 손해액 5억원 미만 배임사건의 경우에도 4.6배에 달했다. 불법이익이 50억원이 넘으면 특경가법상 배임죄가 적용돼 최대 무기징역까지 이를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무죄율을 보이는 것이다.

    판례도 엇갈린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한보철강에 지급보증을 서도록 했다가 한보철강이 부도나는 바람에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심모 대한보증보험 대표이사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법원은 "기업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해 있어 경영자가 선의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한다는 믿음을 갖고 신중히 결정을 내렸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수가 있다"며 "이런 경우까지 (배임의) 고의에 관한 해석 기준을 완화해 업무상 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얼마 전 서울서부지법이 김승연 한화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관계회사의 부도 등을 방지하는 것이 회사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일반적·추상적인 기대 아래 일방적으로 관계회사에 자금을 지원하게 해 손해를 입게 한 경우에는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된다.

    경영 판단 의도에 대한 해석,경영 상황 변화 등에 따라 법원 판결도 엇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도 배임 혐의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수사과정이나 법리다툼을 고려하면 횡령보다는 배임이 까다롭다"며 "법정에서 힘든 법리 싸움을 해야 하는 배임죄 보다는 법리 해석이 비교적 명확하고 단순한 횡령죄로 다루려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횡령과 배임의 유사성을 지적한 설명이기도 하지만, 거꾸로 현행 배임죄 법규정의 모호함을 지적하는 말로도 풀이된다. 현재 우리 형법은 배임죄만 따로 법조문을 두지 않고 횡령과 배임이 한 조문으로 묶여 있다.

    대다수 외국의 경우 배임죄에 대한 사법 처리 방식이 우리와는 다르다. 배임죄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묻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배임에 대해 주로 민사 책임을 묻는다. 배임 행위를 형사처벌 하는 국가는 같은 대륙법 체계인 한국과 일본 정도다. 대륙법 체계를 탄생시킨 독일은 오히려 지난 2005년 '경영 판단의 원칙'을 새로 만들어 배임 행위 처벌을 신중하게 판단하기 시작했다.

    '이중책임'의 문제점도 있다. 배임죄로 기소가 되면 유무죄와 관계 없이 민사소송으로 다시 한 번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실제로 김승연 회장의 1심 판결이 난 며칠 뒤 한화 소액주주들은 "회사에 끼친 손해를 물어내라"며 김 회장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이들이 청구한 소송가액은 1,960억원에 달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에 따른 기업지배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대법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최근 대구고법은 민사상 배상책임을 인정해 130억여원을 배상토록 했다.

    물론 반론도 없지 않다. 배임죄가 경영진의 실정을 막는다는 주장이다. 재벌총수들 외에 일반인들 간의 배임행위의 경우 민사소송으로는 구제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배임죄가 부당한 경영 행위에 대한 억제 효과가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 "민사상으로만 다룰 경우 막강한 법률 조력을 받고 있는 대기업 총수들의 배임죄로부터 상대적으로 일반인을 구제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법의 원칙 지켜야" 우세속 "포괄적 적용 재검토" 의견도
    ■ 법조계 내부에선



    법조계 내에서 배임죄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다.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실제 재판을 담당하는 일선 판사들은 현행대로 배임죄를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단순히 경영상 판단이 아니라 법의 테두리를 넘어섰기 때문에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 오는 것"이라며 "기소가 될 정도면 죄를 입증할 증거도 충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배임죄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자칫 고무줄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배임죄는 기본적으로 재산상의 문제"라며 "민사소송으로 할 수 있는데 경영자의 경영판단에까지 관여해 배임죄로 처벌하는 건 지나친 면이 있다" 며 우려 섞인 지적을 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 역시 "행정법, 또는 상사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영역에 개인적 법익을 규율하는 배임죄를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에이스의 정태원 변호사는 "한국 법원도 미국이 '비즈니스 저지먼트'를 따지는 것처럼 경영 판단에 대한 고려를 하기 시작했다"며 "경영 판단의 결과가 나쁘다고 무조건 책임을 지워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http://economy.hankooki.com/lpage/society/201209/e2012090216314593800.htm

     

     
     
    Managed by D-TRUST 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