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거래의 당사자에 관한 판단기준
이재구변호사
3,686
11.01.03

금융거래의 당사자에 관한 판단기준

저자: 금재형
발행년도:

문헌: 저스티스

권호: 93호(2006.08) (년)

출처: 한국법학원

소속: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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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문 요 지

_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고 한다)은 거래자의 실지명의에 의하여 금융거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차명거래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차명거래가 만연한 점에 비추어 이를 억제하기 위한 입법자의 결단이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고객주의의무제도, 즉 고객 알기 정책의 도입과 함께 금융실무에서 고객을 확인하는 절차가 강화되고 있다.
_ 금융실명제는 예금거래 등 금융거래에서 누구를 당사자로 볼 것인지에 관한 판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융실명제 실시 후 판례는 원칙적으로 명의인을 예금주로 보고, 명의인이 아닌 출연자에게 예금채권을 귀속시키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출연자를 예금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기본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묵시적 약정을 더욱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한다. 금융실명법 등에서 차명거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출연자가 아닌 명의인을 당사자로 보려는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_ 한편 명의인 아닌 출연자를 당사자로 하는 약정이 있는 경우 그 효력이 문제된다. 비실명거래의 사법적 효력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법해석을 통하여 그 유무효를 결정하여야 한다. 판례는 실명거래에 관한 규정을 단속규정으로 보고 있으나, 이 규정이 강행규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를 위반한 계약이 항상 유효라고 볼 수는 없다. 금융기관 직원의 권유로 차명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금융실명법, 예금자보호법, 금융감독규정, 은행거래약관을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I. 서 론

_ 법은 현실을 쫓아가면서 규범을 창출하지만, 현실은 어느새 법의 영역에서 빠져나와 있음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_ 1993년 금융실명제의 실시는 금융거래에서 하나의 혁명적 사건이었다. 가명거래 또는 차명거래의 폐해를 막기 위하여 급작스럽게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으로 금융실명제를 실시하였고 1997년에야 비로소 법률로 대체하는 과정을 밟았다.주1) 금융실명제의 실시로 가공의 이름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것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차명거래는 여전히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법원의 실무에서도 금융거래에서 당사자를 결정하는 문제가 여전히 논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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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 있다.
주1)
1993.8.12.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법령(이하 긴급명령이라 한다)이 시행되었고, 위 긴급법령은 1997.12.31.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고 한다)로 대체되었는데,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부분은 큰 차이가 없다.

_ 금융실명제는 예금거래 등 금융거래에서 누구를 당사자로 볼 것인지에 관한 판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융실명제 실시 전에는 금융기관에 대한 기명식예금에서 예금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를 예금주로 보고, 그 명의자가 누구인지 또는 금융기관이 누구를 예금주라고 믿었는지는 상관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금융실명제 실시 후에는 원칙적으로 예금명의인을 예금주로 보고, 명의인이 아닌 출연자에게 금융자산채권을 귀속시키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출연자를 예금주로 보고 있다.주2)
주2)
아래 III. 3. 참조.

_ 금융실명제에 대한 가치평가는 시각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 금융실명제 하에서 예금주의 결정에 관한 판례에 관해서도 금융실명제를 보는 상반된 시각에서 정반대의 평가가 나올 수 있다. 하나는 판례가 거래명의인 아닌 출연자를 예금주로 보는 예외를 넓게 인정함으로써 금융실명제의 의미와 목적이 잠탈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금융실명제에 관한 입법이 판례를 통하여 우리 현실에 맞게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_ 미국, 영국 등 서유럽 국가에서는 금융실명제가 관행으로 정착되었고주3) , 최근 들어 자금세탁 방지를 위하여 금융실명제를 강화하고 있다.주4)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법률로 금융실명제가 도입되었다. 따라서 관행으로 금융실명제가 정착된 나라와는 달리 금융실명제에 관한 법규정과 법현실 사이에 괴리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주3)
우리나라에서 금융실명제를 실시할 당시 유럽에서 법률로 금융실명제를 정하고 있는 나라로는 독일과 스웨덴이 있었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에서는 금융실명제가 관행으로 정착되었다. 리계인 편, "주요국의 금융실명제도," 립법조사월보 1993년 9월호(통권 제222호), 국회사무처, 77면 이하.

주4)
미국에서는 관행으로 발전한 금융실명제가 1970년에 제정된 "현금 및 외환거래보고법"(Currency and Foreign Transactions Reporting Act; 이른바 "Bank Secrecy Act")에 반영되었는데, 은행계좌를 개설할 때 은행은 고객의 이름, 주소,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 생년월일을 확인하여야 한다.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 방지와 돈세탁 방지를 위해 The Uniting and Strengthening America by Providing Appropriate Tools Required to Intercept and Obstruct Terrorism Act (the USA-PATRIOT Act)가 제정되었는데, 이 법률로써 Bank Secrecy Act가 개정되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은 고객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절차(Customer Identification Programs; CIP)를 마련하여야 하는데, 이에는 계좌를 개설할 때 금융기관이 고객의 정보, 가령 이름, 생년월일, 주소, 사회보장번호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만일 고객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거나 합리적인 믿음이 생기지 않는 경우에 금융기관은 계좌의 개설을 거절하거나 개설된 계좌를 폐쇄하여야 한다. 또한 금융기관은 고객에게 계좌 개설시에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The USA-PATRIOT Act 제326조; 31 CFR 103.121).

또한 캐나다 은행법(Bank Act)에 따라 제정된 Access to Basic Banking Services Regulations 제4, 5조에 의하면 캐나다에서도 미국과 유사하게 계좌 개설시에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http://laws.justice.gc.ca/en/b-1.01/sor-2003-184/text.html.

_ 이 글에서는 금융거래에서 당사자를 결정하는 기준에 관하여 독일법과 우리 법을 비교하면서 종래의 견해를 검토해보고자 한다. 독일에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법률에서 금융실명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고, 계좌보유자의 결정에 관한 독일의 판례가 우리나라의 예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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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기준에 관한 판례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먼저 독일의 금융실명제에 관한 법규정과 계좌보유자를 결정하는 기준에 관하여 살펴본 다음, 우리나라의 법규정과 판례법리를 검토하고, 비실명거래의 사법적 효력에 관하여 새로운 문제를 제기해보고자 한다.

II. 독일법에서 계좌보유자의 결정

1. 계좌보유자
_ 독일에서는 계좌계약주5) 을 체결한 당사자라는 의미로 “계좌의 보유자”(Inhaber des Kontos; Kontoinhaber)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계좌에 표시되어 있는 채권이나 채무가 귀속되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채권자와 채무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주5)
독일에서 계좌계약(Kontovertrag)은 예금약정과 계좌약정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지로계좌계약(Girokontovertrag), 저축계좌계약(Sparkontovertrag) 등이 있다. 계좌계약 일반에 관해서는 Mülbert, Der Kontovertrag als bankgeschäftlicher Vertragstypus, Festschrift für Siegfried Kümpel zum 70. Geburtstag, 2003, S. 402ff.

_ 계좌계약에서도 채권자(고객)와 채무자(은행)가 특정되어 있거나 특정가능성이 있어야 한다.주6) 채권관계에서 당사자를 어느 정도로 특정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독일민법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 다만 조세기본법과 자금세탁에 관한 법률에서 계좌의 개설에 관하여 공법적인 규율을 하고 있다. 조세기본법 등 공법 규정이 계좌보유자를 결정하는 문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문제된다.
주6)
Schwintowski/Schäfer, Bankrecht, 2. Aufl., 2004, § 5, Rn. 40.


2. 계좌의 개설에 관한 공법적 규제
_ (1) 독일 조세기본법
_ (가) 형식적 계좌 진실성
_ 독일 조세기본법(Abgabenordnung; AO)주7) 제154조는 계좌 진실성(Kontenwahrheit)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제154조 제1항은 누구도 허위 또는 가공의 이름으로(auf einen falschen oder erdichteten Namen)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하여 계좌를 개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에서는 금융기관은 미리 처분권자의 신원과 주소를 확인하고 이에 따른 진술을 적절한 형태로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에는 계좌에 처분권자의 이름 등을 기재하여야 한다. 제3항에서는 제1항을 위반한 경우 관할 세무서의 동의를 받아 예금 등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주8) 제154조 제3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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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을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반한 사람은 제72조에 따라 조세채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 또한 제154조 제1항을 위반한 경우에 탈세 등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제370조, 제379조 제2항 제2호).
주7)
조세징수법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주8)
공동예금의 경우에 그 반환을 위하여 모든 관련 세무서의 동의가 필요하다. Schwintowski/Schäfer(주 6), § 5, Rn. 54.

_ 조세기본법 제154조는 조세포탈을 위하여 재산을 숨기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금융기관이 고객의 신원을 확인함으로써 가공 또는 타인의 이름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것을 억제하거나 적발할 수 있을 것이다.주9) 제1항과 제3항에 의하면 허위 또는 가공의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여 개설된 계좌를 폐쇄하며, 관할 세무서의 동의를 얻어서 예금 등을 반환하여야 한다.주10) 그러므로 이른바 번호계좌(Nummernkonto)를 개설하는 것은 제154조 제1항에 따라 금지된다.주11) 그러나 예명을 이용하는 것은 신원이 확인되는 한 허용된다.주12)
주9)
Canaris, Bankvertragsrecht, 3. Aufl., 1988, Rn. 124; Kümpel, Bank- und Kapitalmarktrecht, 3. Aufl., 2004, Rn. 3.112.

주10)
Schwintowski/Schäfer(주 6), § 5, Rn. 54.

주11)
Anwendungserlass des Bundesministers der Finanzen zu § 154 Abgabenordnung (AEAO); Huber (Hrsg.), Bankrecht, 2001, Rn. 497. 한편 Canaris(주 9), Rn. 124는 번호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세법상 부적법하지만, 그 계좌의 보유자를 확정할 수 있다면 사법상 허용된다고 한다. 동지: Singer, in: Derleder/Knops/Bamberger (Hrsg.), Handbuch zum deutschen und europäischen Bankrecht, 2004, Springer-Verlag, S. 836.

주12)
Klein/Orlopp, AO(Abgabenordnung), 5. Aufl., 1995, § 154 Anm. 2.

_ 한편 차명계좌가 허용되는지 문제된다. 독일에서 차명계좌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다만 조세기본법 제154조 제2항에서 금융기관의 확인의무를 정하고 있을 뿐이다.주13) 이와 관련하여 제154조의 규정이 형식적 계좌 진실성(formale Kontenwahrheit)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 계좌 진실성(materielle Kontenwahrheit)까지 보장하기 위한 것인지에 관한 문제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명확하게 판단하고 있는 독일 연방대법원 1994년 10월 18일 판결주14) 을 보자.
주13)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체결의 본질적 조건이기 때문에 은행이 고객이 누구인지 조사할 의무는 이미 민법에서 도출되고, 이러한 한도에서 조세기본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Schwintowski/Schäfer(주 6), § 5, Rn. 46.

주14)
BGHZ 127, 229 = BGH ZIP 1994, 1926.

_ 원고가 피고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그 아들을 계좌대리인으로 지정했다. 원고는 피고 은행에 총액 1만 500마르크인 2장의 수표를 교부하여 예금을 하였다. 그 후 원고와 그 아들이 피고 은행에 수표를 교부하여 17만 1,400마르크의 예금을 하였는데, 원고가 예금을 한 것은 1회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원고의 아들이 예금을 한 것이다. 원고는 위 계좌에서 2만 5,000마르크의 예금인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피고 은행은 위 계좌개설이 계좌진실성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보고, 조세기본법 제154조 제3항에 따라 계좌를 폐쇄하였으며, 세무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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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예금을 반환하지 않았다. 원고는 예금을 청구하면서 조세기본법 제154조는 오로지 형식적 계좌 진실성을 위한 것으로, 이는 정당한 이름을 기재하는 것으로 보장된다고 주장하였다.
_ 독일 연방대법원은 위 사안에서 피고 은행의 조치가 부적법하다고 판결하면서, 조세기본법 제154조는 형식적 계좌 진실성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하였다.주15) 명의인이 계좌를 자신 또는 타인을 위하여 개설하는 것인지 여부(실질적 계좌 진실성)는 중요하지 않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자신의 이름을 계좌보유자로 정확하게 기재하였고, 자신의 아들을 계좌대리인으로 기재하였다. 따라서 조세기본법 제154조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조세기본법 제154조의 문언, 체계, 입법사, 의미와 목적에서 도출된다. 이 규정은 제1항에서 정당한 이름을 남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허위 또는 가공의 이름을 이용하는 것만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명확한 문언을 넘어서는 해석은 형법상의 유추금지(독일 기본법 제103조 제2항)에 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조세기본법 제154조 제1항은 질서위반의 구성요건적 요건을 규율하기 때문이다(제379조 제2항 제2호). 이 규정은 독일제국의 조세기본법 제163조에서 유래하는데, 당시에 이미 형식적 계좌 진실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이해하였고, 정당하게 기재된 계좌보유자가 타인의 계산으로 행위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 규정의 의미와 목적도 확장해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규정의 의미와 목적은 허위의 이름을 이용하여 조세부담관계를 조사하는 것을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 고객이 계좌를 개설하면서 계좌대리인을 기재한 경우에는 금융기관이 계좌대리인에 관하여 질문하는 과정에서 두사람의 처분가능성을 알고 이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계좌를 개설하려는 사람이 재산과 소득이 적은 사람을 계좌보유자로 선택함으로써 세금을 적게 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제154조를 확장해석할 사유는 아니다. 실질적 권리자가 타인의 계좌를 이용함으로써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을 막기를 원했다면, 입법자는 명시적으로 이를 금지하고 은행의 보고의무를 도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이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주16) 그 후 학설은 위 판결을 지지하고 있다.주17)
주15)
이 판결은 제154조가 실질적 계좌 진실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형식적 계좌 진실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통설이라고 소개한 다음, 결론을 내리고 있다.

주16)
Schwintowski/Schäfer(주 6), § 5, Rn. 41, 44.

주17)
Hüffer/van Look, Rechtsfragen zum Bankkonto, 4. Aufl., 2000, Rn. 12a.

_ 제3자의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허용된다. 다만 제3자의 존재가 적절한 방법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이 경우에 제3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주18)
주18)
Anwendungserlass des Bundesministers der Finanzen zu § 154 Abgabenordnung (AEAO); Huber(주 11), Rn. 497.

_ 한편 대리인이 본인을 대리하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데, 관계인을 위한 행위주19) 이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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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될 수 있는지 문제된다. 독일 민법에서 대리의 경우에 현명주의에 따라 대리임을 표시하여야 하나, 일상생활상의 거래나 부부간의 일상가사대리의 경우에는 이 이론에 따라 현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상대방은 누구와 계약을 체결하는지에 관하여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계좌에 대해서도 현명주의의 예외가 인정되는지 문제되나, 계좌에 관해서는 이것이 적용되지 않는다. 관계인을 위한 계좌개설은 형식적 계좌진실성의 원칙에 배치된다. 왜냐하면 계좌를 개설해준 은행은 조세기본법 제154조 제2항에 따라 미리 처분권자의 신원을 확인해야 하고 이에 관한 진술을 계좌에 기재해야 하기 때문이다.주20)
주19)
독일의 판례와 다수설은 관계인을 위한 행위(Geschäft für den, den es angeht; 귀속행위라고 하기도 한다) 이론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법률행위의 성질상 누구와 법률행위를 하는가가 무의미하고 당해 법률행위가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하는 것임이 주위사정에 비추어 명백한 경우에는 그 법률효과가 직접 타인에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 현명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리의 다른 요건, 특히 대리권은 존재하여야 한다. Larenz/Wolf, Allgemeiner Teil des deutschen bürgerlichen Rechts, 9. Aufl., 2004, S. 838ff. 우리나라에서 이를 인정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논란이 있다. 찬성하는 견해로는 리영준, 한국민법논 「총칙편」, 수정판, 박영사, 2004, 502면 이하 등이 있고, 반대하는 견해로는 곽윤직, 민법총칙, 제7판, 박영사, 2002, 270면 등이 있다.

주20)
Schwintowski/Schäfer(주 6), § 6, Rn. 45. 다만 Flume, Allgemeiner Teil des Bürgerlichen Rechts, Bd. 2. Das Rechtsgeschäft, 4. Aufl., 1992, S. 767은 저축예금의 경우에 예입은 관계인을 위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_ (나) 독일 조세기본법 제154조를 위반한 계좌개설계약의 사법상 효력
_ 독일 조세기본법 제154조 제1항에 위반하여 개설된 은행계좌의 효력이 문제된다. 이 규정은 허위 또는 가공의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고객과 금융기관 양자에 모두 적용된다. 독일민법 제134조에 따르면 법률상의 금지에 위반한 계약은 원칙적으로 무효인데, 독일 조세기본법 제154조 제1항이 독일민법 제134조의 법률상의 금지에 해당한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주21) 그러나 조제기본법 제154조 제3항은 제1항에 위반한 경우에 금융기관이 관할세무서의 동의하에 예금을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자동적으로 계좌를 폐쇄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계약 자체의 무효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 계좌를 개설하였고 계좌에 대하여 처분권을 갖고 있다면 사법상 예금반환청구권을 갖는다(독일 민법 제700조, 제488조 제1항). 다만 예금의 반환에 관하여 관할세무서의 동의를 받으면 된다. 이 규정에 기한 반환청구권은 임치계약 기타 계약관계에서 나온 것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아니라, 계약상의 청구권을 정한 것이다. 그리하여 이 규정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제154조 제1항에 위반한 계좌개설계약이 유효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주22)
주21)
독일 민법에서는 양속위반 뿐만 아니라 법률상의 금지 위반도 불법원인 급여에서 말하는 불법에 포함되기 때문에(제817조), 독일 조세기본법 제154조 제1항을 독일 민법 제134조의 법률상의 금지로 본다면, 예금주는 그 금전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막기 위하여 독일 조세기본법 제154조 제3항에서 금전의 반환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주22)
이 점에 관해서는 뮌헨대학의 Coester-Waltjen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2006년 4월 20일자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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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한편 금융기관의 확인의무를 정하고 있는 조세기본법 제154조 제2항을 위반하더라도 계좌계설계약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이 규정은 독일민법 제134조의 법률상의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주23) 또한 이 규정에 위반하더라도 독일민법 제823조 제2항의 보호법규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주24)
주23)
주24)


_ (2) 독일 자금세탁법
_ 1993년 10월 25일 자금세탁법(Geldwäschegesetz; GwG)이 제정되었다. 자금세탁법 제11조 제1항에서 금융기관 직원의 신고의무(Anzeigepflicht)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은행은 계좌계설시에 신분증명서(Personalausweis)나 여권을 제출하게 해야 한다. 이 확인의무는 우선 1만 5천 유로 이상의 금전이나 유가증권을 수령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돈세탁을 하려고 금전이나 유가증권을 나누어 예치한 금액의 합계가 1만5,000유로 이상이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자금세탁법 제2조 제3항). 그러나 은행이 고객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 또는 종전에 확인을 한 경우에는 확인의무가 없다(자금세탁법 제7조).주25)
주25)
이 법의 개요에 관해서는 우선 Kämpel(주 9), Rn. 3.115ff. 참조.

_ 금융기관이 자금세탁법에 따라 거래자의 이름을 확인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신분증명서나 여권을 제출받아야 한다(제1조 제5항). 생년월일과 주소도 확인할 의무가 있으나, 이는 신분증명서나 여권에 이러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 한한다. 독일연방대법원은 1973년 12월 10일 판결에서 계좌 개설시에 운전면허증으로 계좌보유자의 신원을 조사하면 충분하다고 보았다.주26) 그러나 이 판결은 늦어도 자금세탁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변경되었다고 한다. 위 법률에서는 신분증명서 또는 여권으로 신원에 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주27) 대리인에 의한 계좌개설의 경우에 대리인의 신원을 조사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계좌보유자의 신원도 증명서(신분증명서 또는 여권)로 확인해야 한다.주28) 회사의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에는 개설행위를 하는 사람의 대리권도 상업등기부 등본으로 조사해야 한다.주29)
주26)
BGH NJW 1974, 458.

주27)
주28)
BGH WM 1977, 1019.

주29)
_ 금융기관은 계좌보유자의 신원을 확인할 때 고객에게 자신의 계산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것인지 질문해야 한다.주30) 계좌개설서식을 보면 자신의 계산으로 계좌를 개설하는지, 아니면 타인의 계산으로 계좌로 개설하는지 여부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주31) 고객이 타인의 계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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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를 개설한다고 답변하는 경우에는 금융기관이 그 타인의 이름과 주소를 확인해야 한다(제8조 제1항). 그러나 그 타인의 신원을 조사할 필요는 없고, 고객의 진술로 충분하다.주32) 경제적인 권리자를 밝히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에 은행은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해서는 안 된다.주33)
주30)
Kümpel(주 9), Rn. 3.120.

주31)
주32)
주33)
Schwintowski/Schäfer(주 6), § 5, Rn. 53.

_ 자금세탁법과 조세기본법의 관계가 문제된다. 자금세탁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은행이 계좌의 개설시에 경제적 권리자에 관하여 질문할 의무가 있지만, 이것이 조세기본법 제154조의 해석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특히 조세기본법 제154조 제3항에 따라 계좌를 폐쇄하는 범위가 확장되지 않는다. 경제적 권리와 형식적 법적 지위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계좌를 폐쇄해서는 안 된다.주34) 이에 관해서는 자금세탁법에 아무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조세기본법과 자금세탁법의 두 규정은 그 목적이 다르다. 조세기본법 제154조의 확인의무는 국고를 위한 조세상의 이유에 근거를 두고 있는 반면, 자금세탁법은 형사소추기관으로 하여금 자금세탁거래에 관한 단서를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주35)
주34)
Hüffer/van Look(주 17), Rn. 12a.

주35)
BGHZ 127, 229(주 14).


_ (3) 독일법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차명금융거래를 금지하는 법규정이 없다. 조세기본법은 허위 또는 가공의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막고 있을 뿐이고, 자금세탁법도 차명금융거래를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3. 계좌보유자의 결정기준
(1) 계약의 해석
_ 계좌보유자는 계좌 개설시에 은행에 대하여 채권자로서 행동하거나 표시되는 사람이다. 계좌보유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의 해석을 통하여 계좌보유자를 정한다.주36)
주36)
Hüffer/van Look(주 17), Rn. 36.


(2) 계좌개설자의 의사
_ 독일에서 계좌보유자의 결정은 원칙적으로 계좌개설자의 의사에 따라야 하는데, 그 의사는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상대방인 금융기관이 인식할 수 있는 의사를 기준으로 한다. 이 원칙은 독일 연방대법원 1956년 6월 25일 판결주37) 에서 확립되었다. 이 판결에서 어떤 사람이 은행과 지로계좌를 개설하고 제3자의 이름과 특별계좌(Sonderkonto)라는 기재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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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을 기재하였는데, 누가 계좌보유자인지 문제되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다.
주37)
BGHZ 21, 148 = WM 1956, 1129.

_ “누가 은행에 대하여 정당한 계좌보유자인지라는 문제에 대하여, 누가 계좌에 기재되어 있는지, 또는 예금을 한 금전이 누구의 자금에서 나온 것인지 여부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것에 대하여 결정적인 것은 오히려 계좌개설시에 누가 은행 또는 저축은행에 대하여 채권자 또는 대여자로 행위하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개별사안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여 예금을 하는 사람의 인식가능한 의사(erkennbarer Wille)에 따라 누가 은행의 채권자가 된다고 보아야 할지를 조사하여야 한다.”
_ 이 원칙은 독일 판례에 의하며 발전된 일반원칙으로서, 처음에는 저축계좌에 관해서 발전되다가주38) , 나중에 다른 종류의 계좌에도 적용되었다.주39) 독일의 학설도 판례의 태도를 지지하고 있다.주40) 이 원칙은 독일민법 제133조, 제157조주41) 에 따른 객관적 해석 원칙(Grundsatz der objektiven Auslegung)의 구체화라고 한다.주42) 조세기본법(1977년)이나 자금세탁법(1993년)은 이 원칙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_ 독일에서 계좌보유자를 결정하는 기준은 계좌를 개설하는 사람의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은행이 인식할 수 있는 의사이다.주43) 객관적 해석원칙에 따르면 이는 당연한 것이다. 독일민법 제808조주44) 에 따르면 은행이 무권리자에게 예금을 지급하더라도 그가 통장을 가지고 있었다면 은행이 면책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누가 예금채권자인지 여부가 은행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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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심의 의사는 원칙적으로 법률효과를 발생시키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의사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표시 상대방(Erklärungsadressat)의 이익뿐만 아니라 담보채권자와 같은 제3자의 이익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은행이 독일민법 제808조에 따라 예외 없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며, 악의가 있는 경우에는 면책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은행이 계좌보유자에 대한 채권을 예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계좌보유자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은행이 신용을 제공할 경우에 예금채권에 담보를 갖고 있는지 여부 또는 이 채권이 실제로는 신용이용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귀속된 것인지 여부를 알아야 한다. 예금주의 실제 의사나 내부관계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주45) 예금채권을 양도함으로써 채권자가 변경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채권양도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주46)
주38)
독일제국법원의 1910년 4월 8일 판결(RGZ 73, 220)은 기존의 저축은행통장에 추가적인 예금을 한 경우에 채권자가 누구인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고 있다. 이 경우에 누구의 자금으로 예금을 했는지 여부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예금시에 누가 저축은행에 대하여 대여자로 취급되어야 하는지 여부만이 결정적이다. 개별사안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여 예금을 하는 사람의 인식가능한 의사에 따라 누가 채권자로 되어야 하는지를 조사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주39)
BGHZ 21, 148은 위 RGZ 73, 221과 JW 1937, 988 Nr. 2를 인용하고 있다. 그 후 이러한 원칙을 따르고 있는 판결로는 BGHZ NJW 1988, 95; BGHZ 124, 298; BGH NJW 1994, 931; BGHZ 127, 229; BGH NJW 1995, 1284 등이 있다.

주40)
Canaris(주 9), Rn. 151; Hopt(주 31), S. 750; Hüffer/van Look(주 17), Rn. 36; Singer(주 11), S. 834; Schwintowski/Schäfer(주 6), § 6, Rn. 4.

주41)
독일민법 제133조는 표현의 문자적 의미가 아니라 실제 의사를 탐구하여 의사표시를 해석하여야 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57조는 신의성실이 거래관행을 고려하여 요구하는 대로 계약을 해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42)
주43)
BGHZ 21, 148, 150.

주44)
독일민법 제808조 제1항은 "채권자가 기명되어 있는 증서가 증서에 약속된 급부를 소지인에게 할 수 있다는 정함과 함께 발행된 때에는, 채무자는 증서의 소지인에 대한 급부로써 채무를 면한다. 소지인은 급부를 청구할 권리를 가지지 아니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45)
이와 달리 독일 제국법원의 판결 중에는 저축계좌의 채권자를 정하는 데 예금주의 실제 의사가 중요하고, 저축은행에게 외부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내부관계를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다는 판결도 있었고, 친척관계와 같은 내부관계를 고려하여 계좌보유자를 결정하면서 은행이 누구를 채권자로 볼 수 있었는지 여부는 고려되지 않는다는 판결도 있었으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고 한다. Canaris(주 9), Rn. 152f.

주46)

(3) 계좌의 표시
_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계좌의 표시(Kontobezeichnung)이다. 일반적으로 계좌개설계약서에 계좌보유자라고 이름이 표시된 사람이 계좌보유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계좌의 표시는 원칙적으로 당사자 의사에 대한 징표에 불과하고, 이에 따라 계좌보유자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주47) 그런데 계좌의 표시가 가지는 의미는 지로계좌의 경우와 저축계좌의 경우를 구분해보아야 한다.
주47)
BGHZ 21, 148 등 다수 Canaris(주 9), Rn. 154에 판결들이 정리되어 있다.

_ 카나리스 교수는 일찍이 지로계좌의 경우에 계좌표시를 "가장 명확한 징표"라고 하였다.주48) 독일연방대법원 1985년 9월 26일 판결주49) 은 지로계좌에서 계좌보유자를 결정할 때 계좌의 표시에 특별한 비중(besonderes Gewicht)을 부여하는 것이 판례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 후 독일연방대법원 1995년 12월 12일 판결주50) 은 지로계좌의 해석원칙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원고인 A시가 B 회사에 영업지역의 개발계획을 맡기고, 이 목적을 위하여 B 회사 명의로 피고 은행에 개설된 지로계좌에 100만 5,000마르크를 송금하였다. B회사가 재정적 어려움에 빠지자, 피고 은행은 자신의 B회사에 대한 채권과 위 100만 5000마르크를 상계하였다. 원고인 A시는 피고 은행이 100만 5000마르크의 신탁적 성격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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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금액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항소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독일연방대법원은 계좌개설시의 계좌에 기재된 대로 B 회사를 계좌보유자라고 보고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주51)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주48)
주49)
BGH WM 1986, 35. 이 판결은 카나리스의 견해를 인용하고 있다.

주50)
BGH NJW 1996, 840 = WM 1996, 249.

주51)
은행이 계좌 개설시에 계좌의 신탁적 성격을 알고 있고 계좌보유자가 이 계좌로는 단지 수탁자로서 귀속되는 금전만을 취득한다는 점이 은행에 분명한 경우에는 명시적 신탁계좌를 개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은행이 위 계좌의 예금에 대하여 수탁자에 대한 채권으로 상계를 하지 않기로 약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계좌계약시에 명시적 신탁계좌를 개설하였다는 것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은행이 신탁적 성격을 알면서도 상계권을 행사하였으면, 은행이 독일민법 제826조에 기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질 수도 있다. Schwintowski/Schäfer(주 6), § 6, Rn. 10.

_ “그러나 항소법원은 그 해석[지로계좌에 관한 계약의 해석을 가리킴 : 필자 주]의 경우에 지로계좌의 개설시에 계좌보유자의 표시에 - 저축계좌의 경우와 달리 - 단순한 징표 이상의 의미가 부여된다주52) 는 것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신속하고 복잡하지 않은 결제를 목표로 하는 지로거래에서는 단순하고 명확한 법률관계가 실제로 강력하게 요청된다. 계좌에 표시되어 있는 형식적 계좌보유자(formeller Kontoinhaber)를 채권자로 본다면 이는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계좌보유자로 B가 기재되어 있다. 그것이 축약된 형태로 "B."라고 기재되고 완전한 회사의 표시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사정은 본질적인 반증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B.가 피고에게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주53)
주52)
BGH WM 1986, 35.

주53)
BGHZ 127, 229.

_ 지로거래에서는 고객이 은행에 대하며 채권을 가질 수도 있고 채무를 부담할 수도 있으므로, 은행은 지로계좌의 보유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또한 지로거래에서는 단순하고 신속한 법률관계가 요청되기 때문에, 계좌표시에 따라 형식적 계좌보유자를 채권자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로계좌의 보유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의 해석의 문제이나, 이 경우 계좌개설시의 계좌보유자 표시는 일반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주54) 은행과 고객 사이의 계약체결시에 계좌보유자로 기재된 사람이 계좌보유자라는 것이 추정된다고 할 수 있다.주55) 만일 계좌에 표시되지 않은 사람을 계좌보유자라고 하려면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사정은 이로 인하며 유리하게 되는 사람이 주장입증하여야 한다.주56)
주54)
Hüffer/van Look(주 17), Rn. 37; Kümpel(주 9), Rn. 3.132f.; MünchKomm/Gottwald, BGB, 4. Aufl., 2001, § 328 Rn. 52; Schwintowski/Schäfer(주 6), § 6, Rn. 6, Rn. 9; Singer(주 11), S. 835 참조.

주55)
주56)
Hüffer/van Look(주 17), Rn. 38.

_ 통장의 점유와 같은 부가적인 기준이 없으면,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계좌표시가 결정적이다. 첫째, 타인의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하면서 자기 이름을 부가하지 않은 경우에도 계좌 표시대로 타인이 계좌보유자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 행위자가 처분권을 유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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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에는 통상 행위자가 계좌보유자라고 할 수 있다.주57) 둘째, 자신의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하면서 타인의 이름을 부가하지 않은 경우에는 개설한 사람이 대부분 계좌보유자이다.주58) 순수한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인식가능한 당사자 의사가 계좌보유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개인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계좌를 개설한 사람이 주주로 있는 회사의 숨은 거래계좌로 취급될 수 없다. 그러나 은행이 거래계좌의 개설에 동의하고, 따라서 falsa demonstratio(잘못된 표시는 해가 되지 않는다는 원칙)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셋째, 자기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하면서 타인의 이름을 부가하는 경우에는 자기 이름이 맨 앞에 있으면 원칙적으로 계좌개설자를 계좌보유자로 본다.주59) 이 경우에는 이름을 부가하는 것이 무의미하고 그곳에 부가된 사람에게 처분권을 주지도 않는다. 그밖에 공동계좌, 타인계좌 또는 신탁계좌가 있다.주60)
주57)
Kümpel(주 9), Rn. 3.141.

주58)
BGH WM 1983, 14; Kümpel(주 9), Rn. 3.138.

주59)
Kümpel(주 9), Rn. 3.140.

주60)
_ 계좌에 이름이 표시되었다고 무조건 채권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은행이 어떤 회사의 청산과 관련하여 계좌를 개설한 경우에 회사가 계좌표시에 기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회사를 위하여 계좌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면 그 회사가 채권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주61)
주61)
BGH WM 1990, 537, 538; Singer(주 11), S. 835.


(4) 저축계좌에서 저축통장(Sparbuch)의 점유
_ 독일에서 저축예금을 하는 경우에 저축통장을 발행하는데주62) , 저축계약에 대해서도 독일연방대법원이 1956년에 세운 일반원칙주63) 이 적용된다. 이 경우에도 계좌보유자를 결정하는 기준은 계좌를 개설하는 사람의 인식가능한 의사에 따라 누가 은행의 채권자인지 여부이다. 즉, 은행 또는 저축은행과의 합의에서 계좌보유자로 정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예금보유자를 결정한다.주64) 그런데 저축계좌의 보유자를 결정할 때에는 누가 저축통장을 정당하게 점유하고 있는지 여부가 본질적인 징표이다. 일반적으로 저축통장의 점유자(Besitzer des Sparbuches)가 계좌보유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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