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판결_노을판결 소개
이재구변호사
1,943
17.05.22

대전고등법원 2006. 11. 1. 선고 2006나1846 판결【건물명도등】[각공2006.12.10.(40),2570]

 판시사항    

임대주택의 실수요자인 고령의 무주택자가 처의 병수발 때문에 직접 대한주택공사를 찾아갈 수 없어 자신의 돈을 관리하고 있던 딸을 통해 딸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혼자서 임대주택에서 생활해 온 경우, 위 임대주택 거주자를 우선분양권에 관한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제1호 의 ‘임차인’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임대주택의 실수요자인 고령의 무주택자가 처의 병수발 때문에 직접 대한주택공사를 찾아갈 수 없어 자신의 돈을 관리하고 있던 딸을 통해 딸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혼자서 임대주택에서 생활해 온 경우, 위 임대주택 거주자를 우선분양권에 관한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제1호 의 ‘임차인’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임대주택의 실수요자인 고령의 무주택자가 처의 병수발 때문에 직접 대한주택공사를 찾아갈 수 없어 자신의 돈을 관리하고 있던 딸을 통해 딸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혼자서 임대주택에서 생활해 온 경우,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제1호 가 실제 거주한 임차인을 우선분양권의 발생요건으로 정하는 있는 것은 한정된 자원의 분양에 있어서 실수요자를 우선 배려하기 위한 목적 때문인 점, 거주자의 딸이 자신의 명의로 아버지의 주거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어떠한 이익을 얻거나 법적 규제를 회피하려 하였던 것이 아니고, 다만 법적 권리에 관하여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갖지 못하였기 때문에 저지른 실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위 거주자의 주거안정은 당초부터 임대주택법의 정책목표와 계획상의 보호범위 내에 있었다고 하여야 하므로, 위 거주자를 우선분양권에 관한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제1호 의 ‘임차인’으로 보아야 한다.임대주택의 실수요자인 고령의 무주택자가 처의 병수발 때문에 직접 대한주택공사를 찾아갈 수 없어 자신의 돈을 관리하고 있던 딸을 통해 딸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혼자서 임대주택에서 생활해 온 경우,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제1호 가 실제 거주한 임차인을 우선분양권의 발생요건으로 정하는 있는 것은 한정된 자원의 분양에 있어서 실수요자를 우선 배려하기 위한 목적 때문인 점, 거주자의 딸이 자신의 명의로 아버지의 주거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어떠한 이익을 얻거나 법적 규제를 회피하려 하였던 것이 아니고, 다만 법적 권리에 관하여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갖지 못하였기 때문에 저지른 실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위 거주자의 주거안정은 당초부터 임대주택법의 정책목표와 계획상의 보호범위 내에 있었다고 하여야 하므로, 위 거주자를 우선분양권에 관한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제1호 의 ‘임차인’으로 보아야 한다.

재판경과

참조법령

전 문

【원고, 피항소인】 대한주택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호)
【피고, 항소인】 이◎화외 1인 (소송대리인 대전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환)
【변론종결】2006. 9. 27.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 이◎화는 충남 ○○군 ○○읍 ○○리 393 ○○아파트 ○○동 ○○호를 원고에게 명도하고, 피고 이종명은 위 아파트에서 퇴거하라.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다툼의 원인과 이 사건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경과
가. 원고 공사는 충남 ○○군 ○○읍 ○○ ○○아파트 형태의 임대주택을 신축하여 임대하는 사업을 실시하면서, 1999. 2. 19. 피고 이◎화와 임대차기간을 5년으로 정하여 임대주택 ○○동 ○○호(24평형)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 이종명은 이◎화의 아버지로서 1999. 6. 1. 위 임대주택 ○○동 ○○호에 입주하여 지금까지 그 임대주택에서 홀로 살고 있다. 피고 이◎화는 이종명의 둘째 딸로서 1988. 9. 16. 혼인한 후 따로 살고 있으며 위 임대주택에 입주하지 않았다.
다. 임대주택법상의 임대의무기간이 경과하자 원고 공사는 위 신흥리 임대주택 전부를 분양전환하기로 결정하였다.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제1호 는 우선분양권리자로 ‘입주일 이후부터 분양전환 당시까지 당해 임대주택에 거주한 무주택자인 임차인’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임대주택 ○○동 ○○호의 임차인인 이◎화 부부는 다른 주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임대주택을 분양받을 수 없었다. 피고 이종명은 원고에게 임대차계약의 명의자는 형식상 딸로 되어 있을 뿐이고 실제로는 자신의 거주를 위하여 임차한 것이며 자신이 혼자서 계속하여 그 임대주택에 거주하였으므로 자신 명의로 분양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원고 공사는 피고 이종명이 계약서상의 임차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요청을 거절하고 피고들에 대하여 임대주택의 명도를 요구하였다.
라. 피고들이 원고 공사의 명도 요구에 따르지 않자 원고 공사는 임대차계약상의 임차인인 피고 이◎화에 대하여 그 임대주택의 명도를,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피고 이종명에 대하여 그 임대주택에서의 퇴거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법원이 원고 공사의 청구를 인용하자, 피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이에 따라 이 법원이 항소사건을 재판하게 되었다.
마. 이 법원이 심리한 결과, 피고 이종명이 거주할 주택을 본인 명의로 구하지 아니하고 둘째 딸인 피고 이◎화의 명의로 구하게 된 이유와 경위는 다음과 같음이 밝혀졌다.
(1) 피고 이종명은 1931. 4. 15. 출생하여 현재 만 75세에 이르는 노인이다. 그는 1955. 1. 13. 박종순과 혼인하여 딸 둘과 아들 둘을 낳아 길렀다. 그의 처인 박종순은 1991년경 뇌경색이 발병한 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심한 후유증이 남았기 때문에 그 무렵부터 그는 처 곁에 붙어 병수발을 하느라 다른 일은 제대로 할 수 없었다. 1999년 초 처의 병세는 거동이 전혀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되었기 때문에 그는 잠시도 처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수발을 들어야만 했다.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의 돈을 비교적 가까운 곳에 거주하면서 자신을 도와주던 둘째 딸 이◎화에게 맡겨두고 딸에게 경제적 문제의 처리를 위임하였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후인 1999. 9. 14. 피고 이종명의 처 박종순이 사망하였고, 그 후부터 지금까지 피고 이종명은 혼자서 임대주택에서 생활해 왔다. 자녀들의 형편도 넉넉하지 않은 터라 우리 사회의 많은 노인들이 그러하듯이 그도 자녀, 손자들과 함께 살지 못하고 혼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2) 처의 병세가 악화되어 잠시도 처 곁을 떠나지 못하고 병수발을 들고 있던 1999년 초에, 피고 이종명은 원고 공사가 인근 지역에 임대주택을 건축하여 임대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돈을 관리하고 있던 둘째 딸 이◎화에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피고 이종명은 거의 평생을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에서 살아왔고 당시에도 조치원읍 침산리에 거주하고 있었던 반면, 그의 딸인 이◎화는 가족과 함께 청주시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3) 아버지의 부탁으로 피고 이◎화가 원고 공사의 사무실로 찾아가 아버지가 살 임대주택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 이◎화는 자신의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녀가 원고 공사의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아버지와 자신의 명의 중 누구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는지를 물었고 원고 직원으로부터 누구 명의로 하든 상관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지금 와서 피고 이◎화가 원고 공사의 직원으로부터 과연 그러한 설명을 들었는지, 그런 설명을 한 직원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직원이 한 설명이 정확하게 어떤 것이었는지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피고 이◎화가 아버지인 피고 이종명을 대리하여 그 명의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했을 서류의 양과 법적 지식이 부족한 그녀가 그 서류를 모두 갖추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의 양, 특히 그녀가 거주하던 청주와 아버지가 거주하던 조치원읍 사이의 거리가 결코 가깝지 않고 서류를 갖추기 위해서 여러 차례 왕복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점을 참작해 보면 아버지가 임대주택에 거주한다는 목적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한 아버지를 대리하여 계약서를 작성하기보다는 자신 명의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편을 선호했을 것임을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당시 원고 공사는 임대주택에 대한 임차 희망자가 적어 3차 청약까지 임대업무가 지연되었던 사정을 참작해 보면, 원고 공사의 직원이 신속하고 간편한 업무처리를 위해 사무실로 찾아 온 피고 이◎화에게 그녀 명의로 계약을 체결할 것을 권유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상세한 경위가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피고 이◎화는 아버지인 피고 이종명을 위하여 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은 분명하고, 충분한 법적 지식이 없어 장래 발생할 법적 분쟁을 예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고와 번잡함을 피할 생각에서 아버지 명의가 아닌 자신의 명의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이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어떤 이익을 얻거나 법적 규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자신의 명의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증거] 갑 제1호증의 1, 갑 제2호증의 1, 갑 제3호증의 1, 을 제1 내지 8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쌍방의 주장
원고는 임대차계약기간이 만료되었고 임대주택에 대한 분양전환이 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피고 이◎화에 대하여 임대주택의 명도를, 피고 이종명에 대하여 임대주택에서의 퇴거를 청구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임대주택에 대한 임대차계약 명의인을 피고 이◎화로 한 것은 원고 공사의 담당직원으로부터 잘못된 설명을 듣고 실수한 것일 뿐이고 피고 이종명이 임대차계약의 실질적인 당사자인데 무주택자로서 그 임대주택을 분양받을 권리를 갖고 있으므로 원고 공사가 분양을 거절하고 피고들에 대하여 명도와 퇴거를 청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는, 임대주택법 제15조 에 의하여 우선분양을 받을 권리는 무주택자인 임차인에게만 주어지는 것인데 피고 이종명은 임차인이 아니어서 우선분양을 받을 권리를 갖지 못하므로 피고들의 주장은 부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 이종명임대주택법 제15조 에 의하여 임대주택을 우선분양받을 권리가 있는가 하는 것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본다면 위 법 제15조 제1항 제1호 가 우선분양자로 규정하고 있는 ‘입주일 이후부터 분양전환 당시까지 당해 임대주택에 거주한 무주택자인 임차인’이라는 권리발생요건 중 ‘임차인’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법률문제에 관한 판단과 관련하여 이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에 주목하였다.
(1) 입법부가 임대주택법을 제정하여 임대주택사업을 지원하는 한편 일정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은, 임대주택 건설을 촉진하고 국민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위 법 제1조 ). 우리 사회에는 개인의 다양한 사정에 의하여 주택을 임차하려는 상당한 수요가 있는 반면에 투자금액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의 사정으로 임대주택의 공급은 항상 부족한 문제점이 있다. 또한 경제적, 관행적 이유에서 보증금(전세금)이 비싸기 때문에 목돈이 없는 사람들은 주택을 임차하기 어렵고 장기임대주택을 구하기도 어려운 것이 실정이다. 그래서 입법부는 임대주택법을 통하여 장기주택임대를 영업으로 하는 주택임대업자를 지원하여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한편 부족한 임대주택이 실수요자에게 제공되도록 하기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이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 이 법률이 달성하고자 하는 위와 같은 공익적 목적을 충분히 참작하여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서 임대주택의 건설과 임대사업 영위에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원고 대한주택공사의 존재 이유가 바로 국민생활의 안정과 공공복리의 증진이라는 공익적 이유에 있음( 대한주택공사법 제1조 )도 간과할 수 없다.
(2) 임대주택법은 주택임대업자가 임대의무기간 후 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하여 투자자금을 일시에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서도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에게 우선분양의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주거와 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제1호 가 우선분양 권리의 발생요건으로 ‘입주일 이후부터 분양전환 당시까지 당해 임대주택에 거주한 무주택자인 임차인’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법이 무주택자를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임대주택이라는 한정된 자원의 분양에 있어서 아직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못한 서민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고, 실제 거주한 임차인을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한정된 자원의 분양에 있어서 실수요자를 우선 배려하기 위한 목적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위 규정에서 말하는 ‘임차인’의 의미를 밝히고, 이 사건에서 피고 이종명이 그 ‘임차인’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위 규정의 목적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3) 이 사건의 구체적 사안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건대, 이 사건 임대주택의 임차 목적은 분명히 피고 이종명의 주거공간을 구하는 것이었지 피고 이◎화의 주거공간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사건 임대주택을 임차하여 그곳에 거주하겠다는 결정을 한 자는 피고 이종명이었고 보증금으로 지급된 자금 역시 그의 것이었다. 다만, 피고 이종명이 처의 병수발로 자리를 뜰 수 없었던 절박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직접 원고 공사의 사무실을 찾아가 자신의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둘째 딸인 피고 이◎화에게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부탁하였다. 이 사건에서 피고 이◎화가 자신의 명의로 아버지의 주거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어떠한 이익을 얻거나 법적 규제를 회피하려 하였던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 이◎화가 아버지의 이름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원고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은 법적 권리에 관하여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갖지 못하였기 때문에 저지른 실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만일 위와 같은 실수가 개입되지 않았더라면 피고 이종명이 임대주택을 우선분양받을 권리를 갖게 되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피고 이종명은 현재 75세의 고령에 홀로 살고 있는 노인이다. 경제적 활동을 할 능력을 잃었고 넉넉한 재정능력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런 사정에 놓여있는 피고 이종명에 대하여 임대차계약 체결과정에서 있었던 작은 실수 때문에 이제 와 그 주거공간에서 계속 거주할 권리를 갖지 못한다고 하기에는, 원인이 된 피고들측의 잘못과 그 결과 사이에 균형을 잃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4) 법률용어로서의 ‘임차인’이라는 단어가 임대차계약의 양 당사자 중 부동산을 빌리는 측 당사자를 의미한다는 사실은 굳이 법률가가 아니더라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법률 문언의 올바른 의미를 밝히기 위해서는 법률용어로서의 의미만이 아니라 그 법률이 달성하고자 한 정책목표와 우리 사회가 법체제 전체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가치를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 위 법률의 문언만이 아니라 위 법률이 달성하고자 한 정책적 목표와 위 법률이 의도한 계획의 관점에서 보면, 피고 이종명의 주거안정은 당초부터 위 정책목표와 계획상의 보호범위 내에 있었던 것이지 그 바깥에 있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정책적 목적과 계획을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사용된 언어가 그 정책적 목적과 계획의 실행을 제한하고 억제하는 방향으로 해석되고 집행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이러한 법해석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사건에서 피고 이종명이 무주택자이고 이 사건 임대주택에 대한 실수요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본 특별한 사정 때문에 임대차계약상의 임차명의인이 아니라고 하여 그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 이 법의 공익적 목적과 계획에 부합한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법상의 임차인의 요건을 그렇게까지 문언적, 법형식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 사안에서 임대차계약의 목적과 재정적 부담과 실제 거주자라는 실질적 측면에서 사회적 통념상 임차인으로 충분히 관념될 수 있는 피고 이종명이 위 법상의 임차인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는 것이 위 법의 공익적 목적과 계획에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5) 가장 세심하고 사려 깊은 사람도 세상사 모두를 예상하고 대비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가장 사려 깊고 조심스럽게 만들어진 법도 세상사 모든 사안에서 명확한 정의의 지침을 제공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법은 장래 발생 가능한 다양한 사안을 예상하고 미리 만들어두는 일종의 기성복 같은 것이어서 아무리 다양한 치수의 옷을 만들어 두어도 예상을 넘어 팔이 더 길거나 짧은 사람이 나오게 된다. 미리 만들어 둔 옷 치수에 맞지 않다고 하여 당신의 팔이 너무 길거나 짧은 것은 당신의 잘못이니 당신에게 줄 옷은 없다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다소 번거롭더라도 옷의 길이를 조금 늘이거나 줄여 수선해 줄 것인가? 우리는 입법부가 만든 법률을 최종적으로 해석하고 집행하는 법원이 어느 정도 수선의 의무와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의회가 만든 법률을 법원이 제멋대로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법률이 의도된 본래의 의미를 갖도록 보완하는 것이고 대한민국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체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나. 이상과 같은 점을 참작하여 이 법원을 구성하고 있는 세 명의 판사 는,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제1호 의 ‘임차인’의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 이 사건 사안과 같은 특별하고도 예외적인 사정을 참작하는 실질적 의미의 임차인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과 피고 이종명이 그 실질적 의미의 임차인 요건을 갖추었다는 점과 그리하여 피고 이종명이 이 사건 임대주택에 관하여 우선분양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점에 대하여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다. 이 사건 심리 과정에 이 법원이 양측에 조정 가능성을 문의하였을 때, 원고 공사는, 피고 이종명측의 특별하고 딱한 사정을 참작하여 임대주택을 분양해 줄 경우 향후 유사 사정이 있는 자가 근거 없는 분양을 주장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조정에 응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우리는 이 견해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이 판결은 원고 공사가 염려하듯 임대주택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정책목표를 가로막는 나쁜 선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임대주택법이 사용한 용어에 실질적이고도 살아있는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예외적이고 특별한 사안에서까지 임대주택법의 정책적 목표와 계획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선례가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위 법이 사용한 용어의 의미를 형식적으로만 이해할 경우 위 법의 정책적 목표와 계획은 통상적인 사안에서만 달성될 수 있을 뿐이고 우리 사회에서 장래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예외적 사안에서 정책목표와 계획의 달성을 포기하여야 하는 나쁜 선례가 된다고 생각한다.
가을 들녘에는 황금물결이 일고, 집집마다 감나무엔 빨간 감이 익어 간다. 가을걷이에 나선 농부의 입가엔 노랫가락이 흘러나오고, 바라보는 아낙의 얼굴엔 웃음꽃이 폈다. 홀로 사는 칠십 노인을 집에서 쫓아내 달라고 요구하는 원고의 소장에서는 찬바람이 일고, 엄동설한에 길가에 나앉을 노인을 상상하는 이들의 눈가엔 물기가 맺힌다.
우리 모두는 차가운 머리만을 가진 사회보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함께 가진 사회에서 살기 원하기 때문에 법의 해석과 집행도 차가운 머리만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도 함께 갖고 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이 사건에서 따뜻한 가슴만이 피고들의 편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도 그들의 편에 함께 서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
4. 결론
따라서 피고 이종명은 이 사건 임대주택을 우선분양받을 권리가 있고 그가 그 권리를 행사하여 원고 공사에게 분양을 요청하고 있는 이상 원고가 그 요청을 거부하고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피고들에게 명도와 퇴거를 청구하는 것은 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철(재판장) 정선오 윤영훈

이재구변호사  17-05-22 13:58
 
위 고등법원 판결은 대법원에서 파기되었습니다.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건물명도등】

판시사항

[1] 법률 해석의 방법과 한계
[2] 임대주택의 분양전환시 우선분양권을 갖는 구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에 정한 ‘임차인’의 의미 및 이에 ‘실질적 의미의 임차인’도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실정법이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서 그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즉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도록 해석할 것도 요구된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ㆍ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앞서 본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고, 어떠한 법률의 규정에서 사용된 용어에 관하여 그 법률 및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중시하여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다르게 해석하려 하더라도 당해 법률 내의 다른 규정들 및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관련성 내지 전체 법체계와의 조화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거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 구 임대주택법(2005. 7. 13. 법률 제75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조 제1항 에서 규정하는 ‘임차인’이란 어디까지나 그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임대주택에 관하여 임대사업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본인으로서의 임차인을 의미하고, 이와 달리 당사자 일방의 계약 목적, 경제적 부담이나 실제 거주 사실 등을 고려한‘실질적 의미의 임차인’까지 포함한다고 변경, 확장 해석하는 것은 법률 해석의 원칙과 기준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따름판례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다81254 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12. 2. 15. 선고 2011가합20056 판결, 대법원 2013. 1. 17. 선고 2011다8343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다256312 판결

참조법령

[1] 구 임대주택법(2005. 7. 13. 법률 제75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조 제1항 ( 현행 제21조 제1항 참조)
[2] 구 임대주택법(2005. 7. 13. 법률 제75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조 제1항 ( 현행 제21조 제1항 참조)

 전 문


【원고, 상고인】 대◑◑◑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실정법이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서 그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즉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도록 해석할 것도 또한 요구된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ㆍ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ㆍ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앞서 본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고, 어떠한 법률의 규정에서 사용된 용어에 관하여 그 법률 및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중시하여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다르게 해석하려 하더라도 당해 법률 내의 다른 규정들 및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관련성내지 전체 법체계와의 조화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거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뒤, 다음과 같은 요지로 판단하였다. 즉, 임대주택법은 임대주택의 건설을 촉진하고 국민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제정되었으므로 위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입법 목적을 충분히 참작하여야 하고, 구 임대주택법(2005. 7. 13. 법률 제75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5조 제1항 (원심은 ‘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제1호 ’라고 기재하고 있으나, 이는 2005. 7. 13.자로 개정된 법에 신설된 조항으로서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 것이므로, 잘못된 기재로 보인다) 및 그 시행 령(2005. 9. 16. 대통령령 제190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2항 에서 ‘무주택자인 임차인’을 임대주택에 대한 우선분양 권리의 발생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임대주택이라는 한정된 자원의 분양에 있어 아직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못한 서민이자 그 주택에 대한 실수요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위 규정에서 말하는 ‘임차인’의 의미를 밝히고 이 사건에서 피고 2가 그 임차인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규정의 목적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전제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의 구체적 사안에 대하여, 이 사건 임대주택의 임차 목적은 분명히 피고 2의 주거공간을 구하는 것이었고, 이 사건 임대주택을 임차하여 그 곳에 거주하겠다는 결정을 한 자도 피고 2이었으며, 보증금으로 지급된 자금 역시 그의 것이었던 사실, 다만 피고 2가 처의 병수발로 자리를 뜰 수 없었던 절박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직접 원고 공사의 사무실을 찾아가 자신의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출가(出稼)한 딸인 피고 1에게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부탁하였는데, 피고 1은 법적 권리에 관하여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갖지 못하였기 때문에 계약 체결과정에서의 실수로 인하여 아버지(피고 2)의 이름이 아닌 자신(피고 1)의 명의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사실, 피고 1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어떤 이익을 얻거나 법적 규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던 사실, 피고 2는 현재 75세의 고령에 홀로 살고 있는 노인으로서 경제적 활동을 할 능력을 잃었고 넉넉한 재정능력도 갖고 있지 못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런 다음 임대주택법이 달성하고자 한 정책적 목표, 위 법이 의도한 계획과 보호 범위 등 법해석학의 관점에서 볼 때,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의 ‘임차인’의 의미를 문언적, 법형식적으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이 사건에서는 임대차계약의 목적, 재정적 부담과 실제 거주자라는 실질적 측면에서 사회적 통념상 임차인으로 여겨지는 피고 2가 이른바 ‘실질적 의미의 임차인’에 해당되어 이 사건 임대주택에 관하여 우선분양을 받을 권리를 가지므로,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피고들에게 명도와 퇴거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위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및 그에 따른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의 계약특수조건 제9조 제2항 에서 사용된 ‘임차인’의 개념은, 임대주택을 건설하여 임대의무기간 동안 임차ㆍ사용하게 하다가 그 기간이 경과하면 무주택 등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함으로써 임대주택의 건설을 촉진하고 국민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임대주택법과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근간이 되는 중심개념으로서, 그것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해석되지 않으면 임대사업자와 임차인 등이 법과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고 권리를 실현함에 있어서 상당한 혼란과 지장이 초래될 것이다. 그런데 임대주택법상 임대주택의 ‘임차인’에 관하여 특별한 해석규정은 없고, 원심이 말하는 이른바 ‘실질적 의미의 임차인’을 포함한다는 취지의 규정도 없다. 다만, 같은 법 제3조 에서 “임대주택의 건설.공급 및 관리에 관하여 이 법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주택법 및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 주택법은 물론이고 주거용 건물의 임대차에 관하여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도 특별히 ‘임차인’이라는 용어에 관한 해석규정은 보이지 않는다(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 2 제1항 에서 일정한 법인을 임차인에 포함시키고, 제9조 에서 일정한 경우 사망한 임차인의 권리의무를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 등이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임대주택법상의 임차인이라는 용어는 임대차에 관한 일반법인 민법의 규정, 그리고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이해되는 ‘임차인’의 의미로 돌아가 해석할 수밖에 없는바, 그것은 민법 제618조 가 규정하는 바와 같이 임대차계약에서 목적물의 사용수익권을 가짐과 동시에 차임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측의 일방당사자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문언에 충실하면서도 가장 보편타당한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임대차의 일방당사자라는 것은 위와 같은 사용수익 및 차임지급을 약정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를 말하는 것이지, 목적물을 실제로 사용ㆍ수익하거나 보증금ㆍ차임 등을 실제 출연하는 자의 의미가 아니다. 이는 임대주택법의 다른 규정들의 취지에 비추어 보아도 알 수 있다. 즉, 임대주택법은 건설임대주택의 임차인의 자격ㆍ선정방법ㆍ임대보증금ㆍ임대료 등 임대조건에 관한 기준을 법정하는 한편( 제14조 ),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대주택의 임차인은 임차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임대주택을 다른 사람에게 전대할 수 없다고 규정하며( 제13조 ), 사위(詐僞)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임대주택을 임대받은 자나 법에 위반하여 임대주택의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전대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22조 ). 또한, 임대주택에 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법령이 정하는 사항이 포함된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사용하도록 하고 임대사업자와 임차인은 위와 같이 체결된 임대차계약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18조 ), 임대사업자와 임차인이 위법 또는 법에 의한 명령이나 처분에 위반한 경우에는 소관청이 시정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19조 ) 엄격한 규제와 감독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대주택법은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선정절차를 거친 자로서 일정한 형식의 계약서 작성을 통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자를 임차인으로 취급하면서, 그로 하여금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준수할 것, 특히 무단 임차권양도나 주택의 전대를 금지하도록 함으로써, 계약체결 당사자로서의 임차인과 그 임대주택에 실제로 거주하는 자가 함부로 분리되는 것을 불허하는 취지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임대주택법에서 말하는 ‘임차인’이란 임대주택법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 법의 규율을 받으면서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이행하여야 할 당사자로서의 임차인이라고 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와 달리 원심과 같이, 임대차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재정적 부담 또는 실제 거주자와 같은 실질적 측면에서 사회통념상 임차인으로 여겨지는 자를 ‘실질적 의미의 임차인’이라 하여 위 법상 임차인의 의미를 확대하거나 변경하여 해석하는 것은, 우선 ‘실질적 의미의 임차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한데다가, 그 판단 기준으로 거론되는 것들이 임대차계약 이면(裏面)의 사정 또는 임대주택에 대한 다양한 사용ㆍ수익의 방식 등에 불과하다는 점, 그러한 해석은 위에서 본 임대주택법의 취지와 전체 법체계, 법률 용어의 일반적 의미에 반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 당사자인 임대사업자측의 의사와 신뢰에 반하는 것인 점, 나아가 임대주택법에 따른 임대주택의 공급 및 관리에도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임대주택법 제15조 는, 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이 경과한 후 기존 임차인 중에서 무주택 등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자에게 우선분양전환권이라는 특혜를 부여하는 규정인데, 여기에서의 임차인을 위와 같이 ‘실질적 의미의 임차인’이라고 해석한다면, 당초 임대주택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임차인으로 선정되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로서의 임차인이 아니더라도 따로 실질적 측면에서 임차인이라고 해야 할 자가 있으면 그를 임차인으로 인정하고 그에게 우선분양전환권을 부여하게 되어 임대주택법의 기본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던 임차인이 중도에 우선분양전환권자로서의 자격요건을 상실한 후 무주택자인 친ㆍ인척 등을 입주시키고 그를 내세워 임대주택을 분양받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임대주택법의 취지를 몰각시킬 우려마저 있다. 이는 임대주택법을 포함하여 법질서의 규범성과 안정성을 크게 해치는 결과가 될 뿐이다.
한편, 원심은 이 사건에서의 특별한 사정에 대한 구체적 타당성 때문에 위와 같은 법적안정성의 요청이 후퇴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 사안을 구체적 타당성 있게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위와 같은 법률 해석의 본질과 원칙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무엇이 구체적 타당성 있는 해결인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법률 해석의 본질과 원칙에서 벗어나 당해 사건에서의 구체적 타당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1회적이고 예외적인 해석이 허용된다면, 법원이 언제 그와 같은 해석의 잣대를 들이댈지 알 수 없는 국민은 법관이 법률에 의한 재판이 아닌 자의적인 재판을 한다는 의심을 떨치지 못할 것이며, 이는 법원의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해칠 뿐만 아니라 모든 분쟁을 법원에 가져가 보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게 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심히 훼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이 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고 임대주택이 피고 2와 같은 실수요자에게 우선공급되도록 하려는 공익적 목적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법리는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에서 규정하는 ‘임차인’이란 어디까지나 위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임대주택에 관하여 임대사업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본인으로서의 임차인을 의미한다고 할 수밖에 없고, 이와 달리 당사자 일방의 계약목적, 경제적 부담이나 실제 거주사실 등을 고려한 ‘실질적 의미의 임차인’까지 포함한다고 변경, 확장 해석하는 것은 앞서 본 법률 해석의 원칙과 기준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4. 나아가 원심에는, 피고 1이 피고 2를 위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단지 수고와 번잡함을 피할 생각으로 자신 명의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피고 2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당사자 본인으로서의 임차인에 해당된다는 판단이 포함되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일반적으로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그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 해석의 문제에 해당한다. 의사표시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그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그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을 종합하여 보면, ① 원고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한 자는 피고 1이고 그 임대차계약서상 임차인 명의도 피고 1로 되어 있으며, 그것이 특별히 타인을 위한 ‘대리행위’라든지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서 체결되는 것이라는 등의 사정은 전혀 나타나 있지 않은 점, ②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임대주택법이 규율하는 바대로 일정한 자격요건과 필요한 구비서류들을 갖추어 체결되었을 터인데 그러한 것들도 모두 피고 1을 기준으로 구비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③ 피고 2가 자신의 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피고 1에게 임대차계약 체결을 부탁하였음에도 피고 1이 계약 과정에서 단지 ‘실수로’ 업무를 잘못 처리한 것에 불과한 것인지에 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증거로 원심이 채용한 을 제3호증이 있기는 하나 이는 피고 1 본인의 인증자술서에 불과하여 그대로 믿기는 어렵고, 오히려 피고 1이 원심 변론기일에 출석하여 “피고 2의 보증채무를 피하기 위하여 피고 1이 피고 2의 돈을 보관하고 있다가 … 피고 1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고 진술한 것에 의하면 피고들은 대외적인 법률행위는 피고 2의 명의로는 하지 않을 의도였다고 추측되는 점, ④ 피고측이 주장하는 특수한 사정들이란 모두 그들 내부의 문제에 불과할 뿐이고, 계약 당시 원고측도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계약의 명의와 관계없이 계약당사자를 피고 2로 한다거나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아예 직접 피고 2에게 귀속시키기로 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관한 증거자료는 전혀 보이지 않는 점, ⑤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위한 보증금이 피고 2의 자금이었다는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앞서 본대로 피고 1의 자술서인 을 제3호증이 있을 뿐 금융자료 등의 객관적인 자료는 제출되지 않은 점, ⑥ 피고 2가 이 사건 임대주택에 주민등록을 하고 계속 거주하였다고는 하나, 피고 1 역시 이 사건 임대차계약상의 입주일 무렵인 1999. 6. 4. 이 사건 임대주택으로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한 이래 중간에 합계 약 1년 6개월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 사건 임대주택의 분양전환 무렵까지 계속 그곳에 주민등록을 하고 있었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앞서 본 계약당사자의 확정 등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당사자 본인으로서의 임차인은 계약체결행위를 실제로 하였고 또한 계약서상으로도 임차인으로 표시되어 있는 피고 1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내세워 임대주택법 제15조 제1항 소정의 임차인의 의미를 이 사건과 같은 특별하고도 예외적인 사정을 참작하는 실질적 의미의 임차인으로 해석하고 이 사건 임대주택에 있어서 피고 2가 그러한 임차인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임대주택법상 임차인 개념의 해석에 관한 법리, 임대차계약 당사자의 확정 내지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 처분문서의 증명력 등 증거법칙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 위반의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 김능환 차한성(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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