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분쟁
이재구변호사
17,468
13.01.05

"법대로 하세요"
이런 얘기륻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법원에 소를 제기하거나 형사고소를 하더라도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법적 절차에 호소하는 것이 무의미하거나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잘 따져 보고 법적 분쟁을 시작해야 한다. 

얼마 전 법원 조정위원을 하시는 분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이다.
서울에서 개를 사온 사람이 개를 판 사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였다. 개값으로 30만원을 주었는데 개를 사온 후에 개가 피부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 피부병 치료를 위해 병원비 등으로 61만원이 들어갔다. 개를 산 사람은 화가 나서 개를 판 사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청구취지는 매도자가 병원비 등과 위자료를 합친 2백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조정에 회부된 이 사건에서 조정위원회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61만원의 치료비를 배상하고 나머지는 없었던 것으로 하라고 권고했다. 결국 이 사건은 매도인 부부가 61만원을 매수인에게 배상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매도인 부부는 서울에서 재판에 몇 차례 출석하느라 교통비가 수십만원 들어갔고 개값으로 받은 30만원에 추가하여 31만원을 더 물어주었으나 매수인은 병원비를 제외하고 소장을 작성하는데 법무사 수수료로 30만원을 이미 지급했고 재판에 왔다갔다 하느라고 교통비를 소비하였다. 법원의 판사, 직원, 조정위원들이 재판을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고, 매수인은 61만원을 지급받았지만 재판을 하지 않는 것과 달라진 것은 없게 된 것이다.

위 사건에서 만약 재판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매수인은 재수가 없어 개를 잘못샀다고 생각하고 개를 치료해 주고 마음아파하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고, 매도인은 괜히 재판에 출석하면서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법원에서도 소장을 접수하고 재판을 진행하느라 비용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바쁘신 판사님도 재판 준비를 하고 재판을 진행하느라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조정위원도 이들을 입 아프도록 설득하느라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 사건에서 보듯이 재판을 한 결과 이익을 보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설사 이익을 본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원망과 고통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법원이 운영된다고 생각하면 결국 이러한 무의미한 재판으로 인해 재판비용이 늘어나게 되므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재판에 이기고 돈을 돌려준 사람이 있다. 1심 재판에서 이겼는데 항소심 재판 중에 재판을 포기하고 위약금으로 받은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을 때 “그럼 왜 변호사를 선임하고 돈 써가며 재판을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암 수술을 했던 그 분은 재판이 계속되면서 밤에 잠도 못 이루고 소화가 되지 않아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게 되었다. 건강이 극도로 나빠져 진 그 분은 건강을 잃으면 재산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빨리 분쟁을 끝내고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재산을 찾는 것보다 소중한 것이다. 그 분은 이렇게 얘기했다.

“계약금은 원래 내 돈이 아니었는데 그 돈을 써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거예요”

높아서 따먹지 못한 포도가 시다고 자위해 버린 여우는 현대인 보다 더 현명하다.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생겨나는 분쟁 속에 서로를 공격하며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몸이 병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밤을 새면서 상대방을 공격할 흠을 찾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찾아내고 법조문과 판례를 뒤지는 일을 하고 있다.

 잇몸이 들 뜬 할머니 얘기도 생각이 난다. 어떤 할머니가 치과병원을 찾아 호소한 증세는 잇몸이 부어올랐다가 내려앉으면서 치아가 흔들리고 잇몸의 통증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때 할머니를 진단한 치과의사 선생님의 처방은 치과에서 치료할 병이 아니니 신경정신과 병원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할머니와 상담을 한 정신과 의사는 할머니에게 요즘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옆집에 사는 사람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고통을 털어놓았다.

 할머니는 한 집에서 50년을 살았는데 오래된 집이라서 지붕도 낡았고 토지의 경계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데 약 1년 전에 옆집에 새로 사람이 이사 온 이후부터는 매일 매일 고통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옆 집 사람은 할머니가 사는 집의 처마가 자기 땅의 경계를 침범하여 지어졌으니 처마를 일부 헐어내라고 요구하였다. 비가 오는 날이면 할머니를 찾아와서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이 자기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될 것 아니냐고 행패를 부렸다. 남에게 해를 끼치고 살아본 적이 없는 할머니는 마음이 병이 커지게 되었고, 옆 집사람을 보거나 말소리라도 들으면 밥맛을 잃게 되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피하게 되었다. 할머니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점차 잇몸병이 좋아졌다.

 정말 현명한 의사는 문제된 부분에만 치중하지 않고 병이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법이란 것도 사람의 마음과 동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이 섞인 법률적인 분쟁은 시간이 오래갈수록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2만원 때문에 싸움이 되어서 사람이 다치게 되고, 몇 천만 원짜리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진 사례도 있다.

 요즈음 법원에서는 판결보다는 조정이나 화해를 많이 권유하고 있다. 전부 승소하거나 전부 패소하게 되면 일도양단의 결론이 나게 되어 시원하겠지만 패소한 쪽과 승소한 쪽이 다시 얼굴을 보고 감정의 패인 골을 회복하기가 어려워진다. 서로 양보하여 화해를 한 후에 마음 편하게 다리를 쭉 뻗고 편하게 자도록 하는 것도 무조건 피할 일은 아니다.
 
변호사가 법적인 문제만 다루다 보면 마음의 문제를 소홀히 하게 된다. 법적분쟁에는 잠 못 이루는 걱정과 근심이 뒤따른다. 법적인 분쟁에 휩싸인 사람들의 심적 고통은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이길 것인지, 질 것인지를 예측하게 하고, 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면 이미 법적 분쟁의 반은 해결한 것과 같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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